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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장애인과 노인의 천국"

조회5,426 2006.02.06 18:55
관리자
"이곳은 장애인과 노인의 천국"
市, 장애인들을 모니터요원으로 장애물 철거하는 ‘도시개조’
10년째 지금은 ‘휠체어타고 시내 한바퀴’
관광객도 늘어 작년 281만명 다녀가











▲ 다카야마시의 관광골동품 거리에 비치해 무료로 대여하고 있는 휠체어와 유모차.
해발 3000m급 봉우리가 즐비한 ‘일본알프스’ 지역에 자리한 관광도시 다카야마(高山). 깊은 협곡과 계곡을 지나 JR다카야마역에 내리니 역사(驛舍)와 보도 사이에 문턱이 없다. 관광안내정보 단말기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手話)로 여행정보를 전하는 동영상이 나오고, 시각장애인용 음성안내장치도 구비되어 있다. 휠체어에 앉아 사용할 수 있도록 어린이 키 높이다. 쌓인 눈으로 차도와 인도를 구별하기 힘들었지만,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도로턱이 없는 것도 여러 군데서 확인할 수 있다.

작은 목각인형을 판매하는 전통골동품 가게에도 문턱은 없다. 인구 9만7000명의 다카야마는 17세기 에도시대의 전통가옥이 남아 있는 소도시. 우리보다 고령화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도 ‘장애인과 노인의 천국’으로 이름 나 있다. ‘안전·안심·쾌적(安全·安心·快適)한 도시’가 모토다. 안내를 맡은 시청의 다카하라 도루(高原透) 관광과 계장은 “바리아 프리(barrier free·장벽 철폐)”를 입에 달고 다녔다.

도시의 변화는 10여년 전 ‘장애인 모니터 투어’가 계기가 됐다. 1994년 취임한 쓰치노 마모루(土野守) 시장은 노약자와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 건설을 내걸었다. 그는 우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1996년 11월 11~13일 국립시에서 초청한 중증 장애인 5명과 보호자 7명을 모니터 요원으로 위촉했다.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 “어디에 어떤 장애물(barrier)이 있는지 솔직하게 지적해달라”고 주문했다.

“상점 문턱이 높아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다” “가게에서 물건을 밖에 내놓는 바람에 점자 블록이 끊겼다” “급한 경사나 도로턱이 많아 힘들다”…. 정상인 눈에는 보이지 않던 불편한 구석들이 이들의 눈에는 띄었다. 공무원들 귀에 거슬리는 수십가지 지적 사항이 쏟아졌다. 이런 ‘쓴소리’를 바탕으로 ‘도시 개조’가 시작됐다.

나가세 미키조 복지보건부장은 “여기 사는 사람은 너무 익숙해 무심히 넘기고 마는 문제점도 많을 것이어서 다카야마 사정에 어두운 장애인들을 초청했다”고 했다.










▲ 다카야마(高山)시의 노인들로 이루어진 댄스동아리 회원들이 시립종합문화센터 강당에서 모던 댄스연습을 하고 있다. 다카야마(高山)=최홍렬기자
‘노약자·장애인 모니터투어’는 1년에 한두 차례 2~4일씩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14회에 걸쳐 307명의 고령자나 신체장애인, 시·청각 장애인, 외국인이 참여했다. 대개 도쿄 등 장애인시설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에 사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초청한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이 작은 도시는 ‘노약자·장애인 천국’으로 변신했다.

사카시타 유카리(阪下 ゆかり) 복지과 계장은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지적한 사항은 복지·관광부서가 만사를 제쳐놓고 처리하는 ‘숙제’가 됐다”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가 감동의 비결”이라고 했다.

다카야마시는 시민 안전에 직결된 도로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인근 나고야 등 대도시와 연결되는 기차역을 기준한 반경 1㎞ 안의 도로가 중심이 됐다. 목표는 ‘휠체어를 타고 아무 불편없이 다닐 수 있는 도로’. 차도와 인도 간 턱이 5㎝ 이상인 곳을 2㎝ 이하로 낮추거나 아예 없앴다. 도로 옆 빗물 배수 철망은 휠체어 바퀴나 여성의 하이힐 굽, 지팡이 등이 빠지지 않도록 1㎝ 이하로 촘촘하게 좁힌 것으로 교체했다.

다음은 화장실. 장애인용 화장실은 물론, 갓난아이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로 뜯어고쳤다. 시가지를 중심으로 공중화장실 40개, 공공·민간건물 화장실 80개를 정비했다. 최근에는 인공 배설기를 단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9개나 만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시내 한바퀴!” 다카야마시의 보도(步道)관광 모토다. 휠체어 장애인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도시 관광에 나설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배포했다.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도로와 장애인용 화장실·주차장, 안내견 동반 가능 여부의 표시 등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상점가에는 전동 휠체어나 유모차 등을 비치해 무료로 대여한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관광안내도도 만들었다. 시내 주요 관광지와 도로·철도·하천·다리 등을 표시하고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도 알려준다. 관광정보를 음성으로 소개하는 CD도 있다.

도시를 둘러본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 도쿄사무소의 김순선 차장은 “실제로 불편을 겪는 당사자 입장에서 그 목소리를 행정에 최대한 반영하는 세심함이 돋보인다”고 했다. ‘살기 좋은 도시가 바로 찾고 싶은 도시.’ 다카야마시는 ‘바리아 프리(barrier free)’를 관광에 연결시켰다. ‘장애인과 노약자의 천국’으로 알려지자 관광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1993년 208만명에서 지난해 281만명으로 35%나 늘었다.










◇다카야마(高山)는

일본열도 중앙 기후(岐阜)현의 산지 깊숙이 자리한 관광도시. 최고 해발 3190m, 인구 9만7000명의 소도시다. 다카야마 축제는 일본의 3대 축제(나머지는 교토의 기온 마쓰리, 사이타마의 지치부 요마쓰리) 중 하나로 유명하다. 다카야마 축제는 4월의 산노(山王) 축제와 10월의 하치만 축제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에도시대에 지어진 격자창의 집들과 전통적 산촌 풍습이 고풍스럽게 남아 있어 ‘작은 교토’라고 불린다.




다카야마[高山]=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입력 : 2006.01.27 17:09 23' / 수정 : 2006.01.27 17: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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