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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대한간질학회.간질협회 공동 추진키로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사회적 편견과 부당한 처우가 심한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간질\'의 이름을 바꾸기 위한 작업이 본격 추진된다.

   대한간질학회와 한국간질협회는 외적인 증상만으로 질병이 잘못 인식돼 심한 사회적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간질 환자들을 돕기 위해 `간질(癎疾.epilepsy)\'이라는 질환 명칭 자체를 바꾸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간질은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전기파가 뇌조직을 타고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경련성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하는데 국내 간질환자는 4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80%는 적절한 약물이 없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약물치료만으로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당수는 취업과 결혼시 상당한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보험회사들은 간질환자에 대해 아예 보험가입을 받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팀의 조사결과를 보면 간질환자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5배나 됐다.

   간질환자 안 모(50)씨는 \"간질 환우들은 평생 주홍글씨를 몸에 새기고 다녔다\"면서 \"지금까지 잘못된 편견에 맞서 싸워왔지만 개인이 깨뜨리기엔 너무 큰 장벽들이었다\"고 토로했다.

   간질협회 허균 회장(아주대 신경과 교수)은 \"간질환자들 상당수가 정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아직도 질병의 일부 증상만을 표현한 `거품 무는 병\'이나 `지랄병\' 등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같은 사회적인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명칭 변경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학회와 협회는 우선 소아과,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개명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병명을 결정짓는 한편 병명을 바꾸기 위한 법률 제도상의 문제점도 함께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병명은 신경과학회와 의사협회 등의 전문가 집단에서 먼저 사용한 뒤 학회나 국회, 환우회 차원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는 게 간질협회의 생각이다.

   현재 협회가 새로운 병명을 1차 수렴한 바에 따르면 △환우회 명칭을 딴 `장미병\' △시저와 나폴레옹이 간질환자였다는 데서 따온 `황제증\' △간질의 발병 메커니즘을 밝힌 영국 의사 잭슨의 이름을 딴 잭슨병(Jackson’s disease) △뇌에 전기가 온다는 의미의 `뇌전증\' △뇌에 지진이 온다는 의미의 `뇌진증\' △뇌에 경련이 있다는 의미의 `뇌경증\' 등이 새로운 병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나병(문둥병)\'이 한센병으로, `성인병\'이 생활습관병으로, `진단방사선과\'가 영상의학과 등으로 바뀐 전례가 있어 이번 명칭 추진작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 교수는 \"병명을 바꾸는 작업이 좋은 이름이 있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절차가 복잡하고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질환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 때문에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개명작업을 시작한 만큼 되도록 빨리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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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6/26 06: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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