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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











“아껴 모은 돈 봉사하는데 써죠”
‘사랑의 동전’ 모으기로 시작 어려운 이웃 7년째 연탄배달
“엄마, 어떤 사람은 25만원짜리 옷 한벌 가볍게 사지만 한달에 25만원으로 네 식구가 먹고 사는 집도 있대요”라며 이번주 봉사활동 갈때는 옆에 끼고 있던 돼지저금통을 가져갈거라고 말하는 아이.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딸아이 교육 하나는 참 잘시켰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고인다. 언젠가 내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도 지금처럼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대학때 지금의 아내와 자주 가던 호빵집이 하나 있었어요. 값도 싼데다 친절하기로도 아주 유명했습니다. 하루는 호빵집 주인 아저씨가 TV에 나오지 않겠어요. 혼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걸 알고 여러 사람들이 합심해 더 큰 봉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호빵집 해서 무슨 돈으로 봉사를 했을까. 과연 대기업의 사장이나 국회의원 같은 사람이 아니라도 남을 도울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나도 봉사를 한번 해 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며 쑥쓰러운듯 말문을 열기 시작하는 이동훈씨.

“지난 97년 경남에너지에 입사를 했습니다. 대학때 마음 먹었던 일을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에 신입사원이 감히 회사에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사랑의 동전’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게 좋겠다고 건의했습니다. 이래저래 반대하는 분도 없으셨고 제 소신껏 저금통을 사서 부서마다 돌렸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을 모으기 시작한지 첫회에 8만원이라는 큰 돈이 모아졌습니다.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고민하던중 경남종합복지관에 가스점검을 하러 간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독거 노인들에게 연탄배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며 동전으로 사랑을 전파하는 마음 속 이야기를 꺼냈다.

“10월이 되면 어려운 이웃에 각 300장씩 연탄배달을 한지 올해로 7년째가 됩니다. 7년간 계속 만나는 이효임(83)할머니가 계십니다. 한달에 한번씩 저는 가족을 데리고 할머니를 찾아갑니다. 조그만 정성이지만 찾아뵐때마다 생필품과 용돈을 드립니다. ‘니가 내 아들 딸 보다 낫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할머니를 보면 차마 그 판자촌에 두고 오기가 마음 아파 몰래 눈물을 흘린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며 웃는 얼굴 속에도 눈가는 금새 촉촉해 진다.

“할머니는 힘든 생활고로 3번을 죽을려고 했답니다. 지난 6·25 전쟁때 세아들을 모두 잃고 나머지 하나 있던 딸은 할머니를 도와줄 형편이 못돼 찾아뵙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손자가 되기로 했죠. 할머니의 남은 인생에서 새로운 삶의 낙이 되어 드리려구요. 가끔 돝섬에 나들이를 가곤하는데 할머니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십니다. ‘자네는 내 평생을 다 갚아도 모자란 인연’이다”라고 말하는 할머니와의 나들이 추억을 회상하며 말을 잇는다.

그리고 김해에서 만난 또 다른 인연을 소개한다. “얼마전 김해지사로 발령나 복지관의 소개로 몇가정을 알게되었습니다. 자기집이 있어도 국가지원을 받지 못하는 할아버지·할머니와 두손녀가 살고있는 가정, 힘든 생활고로 어머니는 도망가고 병든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학생 등을 보면 가슴이 정말 아픕니다. 그리고 생필품이나 청소 등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연로하신 어른들에게는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것이 제일 좋은 봉사라는 것도 깨우쳤습니다”며 우리 주위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의 말도 전한다.

“요즘은 회사에서 ‘나눔 경영’이라는 주제아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헌옷을 수거해 주고, 연탄배달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도 따뜻한 마음의 바이러스가 퍼졌나 봅니다”고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대가를 바라는 것은 봉사가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저 같이 평범한 사람도 작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다 할수 있는게 봉사 아니겠습니까. 저와 같이 봉사하고 싶은 분들이 생기면 작은 동호회를 만들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는 이동훈씨.

알뜰히 모으고 아껴 봉사하는데 쓰는 이씨에게 가끔 아내의 쓴소리도 들리곤 하지만 그는 오늘도 또다른 봉사를 찾아 나선다. 자신이 쓰일 수 있는 곳만 있다면 어디든지.

조유빈기자 ybjo@jogan.co.kr (200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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