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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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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경제위기에서 살아남는 법 4.노인들의 구직 성공기


“복지관 통해 일자리 잡았어요”

70세 석기용씨 독거노인 도우미로 용돈 벌고 삶에 활력

“인생은 70살부터 시작이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지만 2009년 한 해를 소의 힘찬 걸음처럼 인생의 시작을 힘껏 외치는 이들이 있다.

지난 2일 오전 석기용(70·마산 양덕2동) 할아버지는 마산시 회원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김모(84) 할아버지 집을 방문했다.

“다리는 좀 어때요?”라며 김 할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는 석 할아버지는 미소 띤 얼굴로 연신 말을 건넨다.

석 할아버지가 김 할아버지 집을 방문한 지도 1년째. 이미 두 어른은 친구보다도 가까운 사이다.

석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3번 각 4시간씩, 독거노인들을 방문하며 보살피는 일을 한다.

경남종합사회복지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이 일을 하게 된 지도 3년째. 한 달에 받는 돈은 20만원. 많지 않은 돈이지만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생활의 큰 활력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병원에 정기적으로 데려다 주기도 하고 약을 대신 타오기도 하며, 잔심부름과 집수리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젊었을 때는 식품 대리점과 슈퍼마켓 등 주로 자영업을 하면서 3남1녀를 키워냈고, 큰아들에게 슈퍼마켓을 물려준 뒤부터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으며 생활했다.

하지만 그냥 세월을 보내며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보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찾고자 독거노인 도우미 일을 시작했다.

그는 독거노인 도우미 일을 하면서 매달 10만원씩 적금도 넣고 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뿌듯하다는 그는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서민은 단돈 몇 만원에 벌벌 떠는데 요즘 국회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정치가 하루 빨리 안정돼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성공이 딴데 있나요? 항상 도전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성공이죠.”

올해 71세를 맞는 김승희(마산시 월영동) 할머니는 성공에 대한 개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직업은 커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숙련된 커피를 만들어내는 전문인, 즉 바리스타이다.

김 할머니의 전직은 유아원 원장. 지난 2005년께 20년 가까이 하던 유아원 일을 그만두고 소일거리로 아이들을 상대로 구연동화를 해오다 무언가 색다른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는 지난 2007년 9월께 마산금강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아리카페의 바리스타로 취업했다.

김 할머니를 비롯 60대로 구성된 당시 6명의 할머니들이 합심해 바리스타로 일하게 됐고, 김 할머니가 그중에서 최고 고령자였던 것.

그는 바리스타로 취업하기 6개월 전부터 복지관과 커피 전문점에서 바리스타에 대한 일을 배웠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수많은 메뉴와 제조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늙은이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메뉴를 기억하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커피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 할머니는 “내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고, 나이가 들었다고 위축되지 말고 내가 할일을 스스로 찾다 보면 삶에 대한 활력소가 저절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김 할머니와 석 할아버지에게는 불황 또한 비켜가고 있었다.

김용훈기자 yhkim@knnews.co.kr


[사진설명]  마산 회원동의 한 독거노인 집에서 석기용씨가 독거노인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다. /성민건기자/



- 기사작성: 200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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