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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지난달 5일 이명박 대통령은 지하 셋집에서 쫓겨날 처지지만 헌 봉고차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될 수 없는 초등학생의 하소연을 공개하고, “법이 얼마나 허술하면, 또 공무원이 얼마나 무심하면 그랬을까 싶어 민망하기까지 하다.”고 말하면서 마치 제도를 개선하기나 할 것처럼 홍보하였다.

그러나 봉고차모녀는 차를 팔고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되었을 뿐, 시가 천 만원의 차가 있으면 월 소득을  천 만원으로 산정하는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동차 관련 선정기준은 조금도 바뀐 것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129콜센터를 방문하여 현장에서 비상경제대책 현장회의를 주재하면서,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져 신빈곤층이 많이 생겼고, 사각지대가 많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신빈곤층\'을 찾아내 지원하라.”고 강조했는데, 그 장면은 전 언론매체를 통하여 국민에게 전달됐다.
 
또 하나의 쇼를 한 것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제도가 좀 개선됐다. 이제까지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은 몰래 숨어서 일을 하면서도 급여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나 실제로 위기상황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위기상황이라고 거짓말을 하여 급여를 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추정소득을 일인당 50만 원 정도 매기고, 긴급복지제도의 수혜대상에서는 제외시켜 왔다.  
 
이대통령의 신빈곤층지원 정책 발언 이후에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약간 개선되어 휴폐업한 자영업자도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주소득자의 휴폐업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현재 소득이 4인가족 기준으로 199만원이하, 재산 1억3천300만원, 휴폐업 신고 전 연간소득이 2천400만원 이하, 금융재산 300만원이하, 위기상황 발생 6개월 이전인 경우에는 최장 4개월 동안 월130만원 정도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리고 곧 지침을 개정하여 긴급급여 수급 기한을 최장 6개월로 연장하겠다고 한다. 
 
4인가구의 대도시 거주자가 긴급지원 대상자가 되면 월생계급여 133만원, 의료급여 최고 300만원, 주거지원 최고 49만원(현물지원), 동절기 6개월 동안의 에너지 지원금 매월 6만8천원, 해산비, 장제비 각 50만원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제도가 개선됨에 따라 지난 두 달간 휴폐업 혹은 도산한 자영업자 42만명 중 대부분이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긴급복지예산은 작년의 378억원보다 37%가 인상된 515억원에 불과하다. 인상된 금액으로는 3인가구에게 4달치의 생계급여만 지원하다고 가정할 때 겨우 3,425가구가 지원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서 예산은 턱없이 모자란다.
 
휴폐업 자영업자들이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실업을 했으나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근로자, 일용직노동자,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일하는 영세자영업자, 주민등록말소자 등에게도 긴급지원 혜택은 주어야 형평성에 맞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의 긴급복지지원제도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자영업자에게는 근로능력 여부를 따지지 않으면서 근로능력이 있는 비정규직근로자, 일용직노동자, 장기실업자, 등에게는 근로능력조사 여건을 더욱 더 까다롭게 적용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즉, 종전에는 근로능력자는 ‘3개월 이상의 치료나 요양을 필요로 한다.’는 문구가 의사의 진단서에 들어가 있으면 근로능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해 주어서 추정소득을 부과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는 치료나 요양의 조건이외에  ‘근로능력이 없다.’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하고, 의사가 ‘근로능력없음’이라고 못 박아 주지 않는 한 진단서를 인정 해주지 않고 있어서 많은 환자들이 탈락되고 있다. 
 
이런 조치도 못 믿겠다는 듯이 복지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전문기관 위탁을 통한 기초생활수급자 근로능력판정의 객관화’라는 문건에 의하면, 근로능력판정이 진단서만으로 이루어져 수급자가 이를 악용하여 근로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의 진단서를 제출하는 등의 부정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7월부터 진단서는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발급한 것만 인정을 해주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한다.


다시 말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이 제출한 전문의사가 발부한 병원진단서는 믿을 수 없으니 정부가 지정한 특정기관으로 하여금 일제히 모든 환자들의 진단서를 재발급 받도록 하고, 3개월 이상의 진단이 나오지 않는 환자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문건 중에 올해 4만 5천명의 부정수급자를 가려내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아마도 이러한 방법으로 부정수급자를 추려낼 모양이다.   
 
한편에서 이 대통령이 만약 사회가 근로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지 못하면, 근로능력유무를 따지지 말고, 긴급복지지원을 통해서 라도 몇 달 동안은 생계비를 지원해주겠다고 말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와 같이 근로능력기준을 더 엄격하게 따져서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을 것 같으면 부정수급자로 몰아서 탈락시키도록 제도를 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 겨울에 가장 절박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과 사업자등록증 없이 일하던 영세자영업자이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던 일용직 노동자나 영세자영업자의 실직이나 도산은 휴폐업한 자영업자보다 더 심각하게 가난하다. 그런데 정부의 소득파악 능력부족을 고스란히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 전가시켜서, 이들을 제외시킨 채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인 처사일 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후 실업상태의 일용직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소득과 재산조사가 필요 없는 공공근로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공공근로도 별로 실시하지 않은데다가 유가환급금지원, 근로장려세제, 기초생활보장, 등의 모든 복지제도에서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근로빈곤층을 제외시켰다. 모든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일용직근로자, 영세자영업자, 주민등록말소자, 등에게 겨우 몇 달 동안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의 혜택에서 마저도 제외시키는 것은 이대통령의 말을 거짓말로 만드는 것으로서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될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근로능력 조사에 쓸데없는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지 말고, 사각지대에 방치된 신빈곤층을 지원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등록일:2009-03-04/수정일:200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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